사형을 집행하는 장소에 이르자 죄수들을 형틀에 결박하였다. 두 강도는 저희 두 팔을 십자가 위에 펴서 결박하는 자와 싸웠으나 예수께서는 아무 저항도 하지 않으셨다. 예수의 어머니는 거의 참을 수 없는 고통 가운데 예수를 바라보면서 무슨 이적을 행하여 자신을 구원하기를 바랐다. 그 어머니는 항상 축복을 나누어 주시던 그 사랑에 넘치는 손, 고통 중에 있는 자를 고쳐주시기 위하여 수없이 펴시던 그 손이 지금 십자가 위에 펴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이제 망치와 못도 가져왔다. 못은 주님의 연한 손을 뚫고 십자가에 박혔다. 비분에 싸인 제자들은 기절한 예수의 어머니를 그 참혹한 장소에서 모시고 떠났다. SR 221.2
예수께서는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으셨고 그의 얼굴은 창백하고 침착하였으나 이마에는 큰 땀방울이 맺혔다. 예수의 얼굴에서 흐르는 죽음의 땀방울을 측은히 여겨 씻어드리는 손도 없었고 그분의 인간적 마음을 위로하고 동정하는 말이나 불변의 충절을 가지고 곁에 있는 사람도 없었다. 예수께서 홀로 그 포도즙틀을 밟으실 때 만민 중에 그와 함께 한 자가 없었다. 군사들이 그 무서운 일을 자행하는 동안 예수께서는 가장 격심한 고민을 하시면서도 원수들을 위하여 “아버지여 저희를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눅 23:34)라고 기도하셨다. 원수를 위한 그리스도의 이 기도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 곧 끝 날까지 살 모든 죄인을 포함한 것이다. SR 222.1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후에 힘센 사람 몇이 그 십자가를 일으켜 세워 미리 파 두었던 곳에 난폭하게 던져 하나님의 아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었다. 그 때에 매우 무서운 광경이 벌어졌다. 제사장과 관원들 및 서기관들은 자기가 맡은 신성한 직무의 위엄을 잊어버리고 죽어가는 하나님의 아들을 조롱하고 희롱하는 하류 사회 사람과 하나가 되어 “네가 만일 유대인의 왕이어든 네가 너를 구원하라” (눅 23:37)고 소리지르고 어떤 사람은 “저가 남은 구원하였으되 자기는 구원할 수 없도다”(막 15:31)라고 비아냥거렸다. 성전의 고위층들과 완고한 군사들 그리고 십자가에 달린 야비한 강도 및 무리 가운데 있는 비열하고 잔인한 사람들이 모두 연합하여 그리스도를 학대하였다. SR 222.2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강도들은 예수처럼 육신적 고통을 겪었지만 이 두 강도 중 한 사람은 고통 때문에 더욱 완고하여지고 자포 자기와 도전적인 상태에 빠졌다. 그는 제사장처럼 조롱하는 일에 한몫끼어 예수께 “네가 그리스도가 아니냐 너와 우리를 구원하라”(눅 23:39)고 말했다. 다른 강도는 완악한 죄수가 아니었다. 그는 자기 동무가 희롱하는 말을 듣고 즉시 그 사람을 꾸짖으며 “네가 동일한 정죄를 받고서도 하나님을 두려워 아니하느냐 우리는 우리의 행한 일에 상당한 보응을 받는 것이니 이에 당연하거니와 이 사람의 행한 것은 옳지 않은 것이 없느니라”(눅 23:40, 41)고 말했다. 그리고 이 강도의 마음이 예수를 향할 때 하늘의 영광이 그의 마음을 환하게 비추었다. 그는 상처를 입고 조롱당하시며 십자가에 달린 예수 안에서 자기의 유일한 희망이 되시는 구속주를 보았다. 그는 겸비한 믿음을 가지고 예수를 쳐다보면서 간구하였다. “예수여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에 나를 생각하소서 하니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오늘 네게 이르노니*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눅 23:42, 43). SR 222.3
천사들은 정신과 육체에 극도의 고통을 당하시면서도 오히려 다른 사람만을 생각하시고 뉘우치는 영혼의 믿음을 격려하시는 예수의 무한하신 사랑을 보고 경탄하였다. 자신의 생명이 죽음에 직면한 때에도 죽음보다 더 강한 사랑으로 사람을 사랑하셨다. 갈바리의 광경을 목격한 많은 사람들이 후에 그 일 때문에 그리스도를 믿게 되었다. SR 223.1
예수의 원수들은 초조한 마음으로 그가 운명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예수께서 죽으시기만 하면 그의 신성한 능력과 행하신 이적에 관한 소문을 영원히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저희는 예수의 영향력 때문에 다시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리라고 자위하고 있었다.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몰인정한 군사들은 예수의 옷을 취하여 각각 하나씩 나누어 가졌다. 그러나 예수의 속옷은 위에서 아래까지 통으로 짠 옷이었기 때문에 제비를 뽑아 이 옷을 가지기로 작정하였다. 성경에는 이 일이 이루기 수백년 전에 이 광경에 대하여 기록되었다. 즉 “개들이 나를 에워쌌으며 악한 무리가 나를 둘러 내 수족을 찔렀나이다 … 내 겉옷을 나누며 속옷을 제비뽑나이다”(시 22:16, 18). SR 2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