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루터는 여전히 법왕 교회의 참된 아들이었으며, 그는 그 외에 다른 생각을 조금도 가지지 않았다. 그는 하나님의 섭리로 로마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는 도보로 여행하면서 도중에 있는 수도원들에서 숙박하였다. 이탈리아에 있는 한 수도원에서 그는 너무나 부요하고 화려하고 사치한 것을 목격하고 심히 놀랐다. 그 승려들은 마치 왕후 (王侯) 들과 같은 수입으로 화려한 집에 살고, 매우 값진 의복을 입고, 진수성찬을 먹었다. 루터는 괴로울 정도로 불안한 마음으로 그 광경들을 자기의 사생활의 극기와 고난과 대조하여 보았다. 그의 마음은 번민하기 시작하였다. GC 124.2
드디어 그는 멀리 일곱 멧부리의 도성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 때 깊은 감동을 받고 땅에 엎드려서 “거룩한 성 로마여! 나는 네게 경의를 표하노라” (D’Aubigne, b.2, ch.6) 고 부르짖었다. 그는 로마 도성으로 들어가서 여러 교회를 방문하고, 신부와 승려들이 늘어놓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온갖 의식을 행하였다. 보는 것마다 그에게 놀라움과 두려움을 주지 않는 것이 없었다. 그는 각 계급의 승려들 가운데 죄악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주교의 입에서까지 야비한 농담을 듣게 되었고, 무서운 불경, 심지어 미사를 드리는 때에도 그런 일이 나타남을 보고 오직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승려와 시민들과의 교제를 통하여 그들이 방탕하고 주색에 빠져 있는 것을 목격하였다. 그는 신성한 장소에서 하나님을 모독하는 일까지 감행되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 일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로마에서 감행되는 모든 죄악과 파렴치한 행동은 아무도 상상할 수 없다. 그것은 실제로 가서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세상에 지옥이라는 것이 있다면 로마는 필시 그 위에 건설되었을 것이다. 그 곳은 온갖 죄악이 생겨나는 무한 지옥이다’는 말까지 있는 것이다” (D’Aubigne, b.2, ch.6). GC 124.3
당시에 법왕의 한 교령이 반포되었는데, 그것은 소위 빌라도의 층계라는 것을 무릎으로 올라가는 자는 누구든지 죄사함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 층계는 예수께서 로마인의 재판정을 나오실 때에 내려오신 층계로서 그것이 기적적으로 예루살렘에서 로마로 옮겨오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어느 날 루터는 경건한 마음으로 그 층계를 하나씩 하나씩 오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롬 1:17) 는 말씀이 우레처럼 들리는 듯하였다. 그는 두렵고 부끄러운 생각이 나서 급히 그 곳에서 일어나서 나왔다. 그 성경 구절이 그의 심령에 주는 능력은 결코 소멸되지 않았다. 그 때부터 그는 구원을 얻는 데 있어서 사람의 행위를 의지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과 그리스도의 공로를 항상 믿어야 할 필요성을 과거 어느 때보다 더욱 절실히 깨달았다. 그의 눈은 열린 바 되었으며, 다시는 법왕교의 미혹으로 가려지지 아니할 것이었다. 그가 로마에서 얼굴을 돌리게 되자, 그의 마음도 또한 로마에서 떠났다. 그 후로 로마와의 간격은 점점 벌어져서 마침내 법왕 교회와 모든 관계를 끊어 버렸다. GC 1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