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면죄부를 팔도록 택함을 받은 테첼 (Tetze1) 이라는 사람은 사회적으로나 하나님의 율법상으로 볼 때 가장 누추한 죄를 범한 사람이었다. 그는 당연히 자기의 죄에 따라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었으나 법왕의 재정을 확보해 주고 그의 무모한 계획을 성취시킬 자로 선택되어 형벌을 면하게 되었다. 그는 파렴치하게도 전혀 근거 없는 말을 하며, 무지하고 어리석고 미신적인 백성들에게 기괴하고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들이 성경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렇게 속지 않았을 것이다. 성경은 당시에 야심적인 로마 지도자들의 권세와 재물을 증가시키기 위하여 법왕권의 통제 아래 사장 (死藏) 되어 있었고, 그들이 가지도록 용납되지 않았다 (John C.Gieseler, A Compendium of Ecclesiastical History, per.4, sec.1, par.5 참조). GC 127.2
테첼이 성에 도착하자 그보다 먼저 간 한 사자는 “하나님과 성부의 은혜가 너희 문에 있을지어다” (D’Aubigne, b.3, ch.1) 고 선포하였다. 사람들은 참람된 그 사기꾼을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하나님을 친히 맞이하는 것처럼 환영하였다. 그리고 이와 같은 가증한 매매가 교회 안에서 이루어졌다. 테첼은 강단에 올라가 사죄권을 하나님의 가장 귀중한 선물이라고 격찬하였다. 그는 그 사죄권의 효력으로 말미암아 그것을 사는 자에게는 그 후에 범하는 죄까지도 회개할 필요 없이 사유된다고 주장하였다 (D’Aubigne, b.3, ch.1).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청중들에게 “이 사죄권은 현재 살아 있는 자뿐 아니라 이미 죽은 자도 구원할 효능이 있으며, 돈이 궤 밑에 떨어져 소리를 내는 그 즉시 위하여 속전을 낸 그 사람이 연옥에서 천국으로 가게 된다”고 보증하였다 (K.R.Hagenbach, History of the Reformation, vol, p.96.참조). GC 127.3
마술사 시몬이 돈으로 사도들에게서 이적을 행하는 능력을 사려고 할 때, 베드로는 “네가 하나님의 선물을 돈 주고 살 줄로 생각하였으니 네 은과 네가 함께 망할지어다” (행 8:20) 고 대답하였다. 그러나 테첼의 선물을 많은 열성적인 무리들이 사게 되었다. 금과 은은 그의 금고로 흘러 들어갔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구원은 회개와 믿음과 죄를 대항하여 싸우는 끈덕진 노력으로 얻는 구원보다 더욱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GC 128.1
면죄부의 교리는 로마교 안에 있는 경건하고 학식 있는 사람들로부터 반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성 (理性) 과 계시 (啓示), 어느 편으로 보나 크게 배치되는 그와 같은 주장을 믿지 아니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어떤 주교도 그 부정한 매매에 대하여 반대하는 말을 감히 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은 혼란하고 불안해 가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교회를 정결케 하시기 위하여 무슨 방법을 쓰시지는 아니하실지 물었다. GC 128.2
루터는 여전히 법왕교의 충실한 한 사람이었으나 사죄권 발매자의 망령되고 참람된 행위를 보게 되자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시무하는 교회의 신자들 가운데도 사죄권을 산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은 루터에게 와서 여러 가지 죄를 고백하고 사면을 구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죄를 뉘우치고 새로운 생애로 들어가려는 희망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고 면죄부를 샀으므로 면죄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루터는 단연히 이를 물리치고 그들이 회개하여 생애의 변화를 일으키지 아니하면 그 죄로 인하여 멸망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였다. 난처한 지경에 빠진 그들은 테첼에게로 가서 그들의 참회 청문승 (懺悔聽聞僧) 인 루터가 그들의 고백을 받아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들의 돈을 도로 돌려 달라고 담대히 요구하였다. 그러자 그 승려는 격노하였다. 그는 가장 무서운 저주를 하고, 거리 모퉁이에 불을 피우고, “나는 이 신성한 면죄부를 반대하는 모든 이단자를 화형에 처하라는 명령을 법왕으로부터 받았다”고 소리질렀다 (D’Aubigne, b.3, ch.4). GC 1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