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루터는 진리의 투사로서 자기의 사업에 담대히 착수하였다. 그는 강단에서 소리 높여 열렬하고도 엄숙하게 경고하였다. 그는 청중에게 죄가 얼마나 무서운 것임을 밝혀 주는 동시에 사람이 자력으로 죄악을 추호라도 경감시키거나 제거할 수 없고, 그 형벌을 면할 수도 없다고 가르쳤다. 하나님께 회개하고 그리스도를 믿는 것 밖에는 죄인이 구원받을 수 있는 길이 없다. 그리스도의 은혜는 돈으로 살 수 없고 다만 값없이 받는 선물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사죄권을 사지 말고 믿음으로 십자가의 구주를 쳐다보라고 권면하였다. 그는 구원을 얻기 위하여 굴욕과 고난으로 헛되이 노력한 자기의 쓰라린 경험을 말하고, 자신을 보지 않고 그리스도를 믿으므로 평안과 기쁨을 얻었다는 사실을 청중들에게 보증하였다. GC 129.1
테첼이 속죄부의 매매와 불경한 언동을 계속하고 있었으므로, 루터는 거기에 대하여 한층 더 효과적인 항의 (抗議) 를 하려고 결심하였다. 마침 기회가 왔다. 비텐베르크 성 교회에는 여러 가지 유물들이 보관되어 있었으며, 특정한 축제일들에는 그것들을 일반에게 공개하였다. 그리고 그날에 교회에 와서 참회하는 자는 죄의 용서를 완전히 받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그 축일에는 수많은 사람이 그 곳으로 모여들었다. 때마침 그 축제일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제성제 (諸聖祭) 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전날에 루터는 회당으로 모여드는 군중들과 함께 가서 면죄부의 교리에 항의하는 95개조의 논제를 기록한 종이를 그 성전의 출입문에 붙여 놓았다. 그리고 그는 그 논제에 대하여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이튿날 대학에서 거기에 대한 답변을 하겠노라고 발표하였다. GC 129.2
그의 논제는 일반의 주의를 끌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읽고 또 읽은 다음에 그것을 사방에 전하였다. 대학 안에와 온 성에 큰 소동이 일어났다. 이 논제로 말미암아 죄를 사유해 주고 죄의 형벌을 면하게 해주는 권세가 법왕이나 어떤 다른 사람에게도 위임된 적이 결코 없었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러한 계획은 미신적인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하여 금전을 사취하려는 사기적 술책, 곧 사단이 그 거짓된 일을 의뢰하는 모든 자들을 멸망시키기 위하여 취한 수단에 불과하였다. 그리스도의 복음만이 교회 안에 있는 가장 가치 있는 보배이며, 그 복음에 나타난 하나님의 은총은 믿음과 회개로써 그것을 구하는 모든 사람에게 값없이 주어진다는 것이 또한 분명히 밝혀졌다. GC 130.1
루터의 논제는 토론을 요구하였으나 아무도 거기에 응하는 자가 없었다. 그가 제시한 문제들은 수일 내에 온 독일에 퍼지고, 몇 주일 안에 각 그리스도교국들에 전파되었다. 교회 안에서 퍼져가고 있는 무서운 죄악을 보고 탄식하면서도 그 기세를 꺾을 방법을 알지 못하던 많은 경건한 로마교도들은 큰 기쁨으로 이 논제들을 읽고 하나님의 음성이 그 속에 있음을 인정하였다. 그들은 법왕청에서 흘러나오는 타락의 조류를 막기 위하여 주님께서 자비하게도 당신의 손을 펴시는 줄로 알았다. 왕후 (王侯) 들과 지방 장관들은 한 번 결정한 일이면 아무도 탄원할 수 없는 그 교만한 권력을 쳐부수게 된 것을 속으로 은근히 기뻐하였다. GC 1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