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로마의 교서가 효과가 없지는 않았다. 감옥, 고문, 검 (劒) 등은 복종을 강요하는 힘있는 무기들이었다. 연약하고 미신적인 사람은 법왕의 명령 앞에서 떨었다. 루터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동정은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개혁 사업 때문에 생명을 버리는 것이 너무도 큰 희생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점으로 보아서 개혁자의 사업은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GC 142.1
그러나 루터는 여전히 두려워하지 아니하였다. 로마는 그에게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그가 죽임을 당하든지 항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는 놀라운 능력으로 정죄의 선고를 로마로 돌려보내고 로마교에서 영원히 떠나겠다는 결심을 공중 앞에서 표명하였다. 학생들, 박사들, 각 계급의 시민들로 이루어진 군중 앞에서 루터는 교회의 법규들과 훈령들과 법왕권을 지지하는 특별한 저서들과 함께 법왕의 교서를 태워버렸다. 그리고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나의 원수들은 나의 저서들을 불태움으로 일반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진리의 사업을 손상시키고, 그들의 영혼을 파멸시켰다. 그러므로 나는 거기에 따라 그들의 책들을 불태웠다. 바야흐로 엄숙한 투쟁은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나는 법왕으로 더불어 경기 (競技) 를 한 데 불과했다. 나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이 사업을 착수하였다. 그러므로 그 사업은 내가 없을지라도 하나님의 능력으로 마쳐질 것이다” (D’Aubigne, b.6, ch.10). GC 142.2
루터는 그의 사업이 미약하다고 조소하는 원수들의 비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하나님께서 나를 택하시고 부르시지 않으셨다는 것을 누가 알며, 그들이 나를 멸시하므로 하나님 자신을 멸시하는 일이 될까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 모세는 애굽을 떠날 때에 홀로 있었다. 엘리야도 아합의 통치 때에 홀로 있었다. 이사야도 예루살렘에 홀로 있었고, 에스겔도 바벨론에 홀로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대제사장이나 어떤 위대한 사람을 선지자로 택하지 않으시고, 일반적으로 지위가 낮고 멸시받는 사람들 중에서 택하셨다. 그분께서는 목자 아모스를 선지자로 택하신 적도 있었다. 각 시대를 통하여 성도들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위대한 사람들과 왕들과 제후들과 제사장들과 지혜로운 사람들을 책망하였다. …나는 내 자신을 선지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홀로 있고 그들은 다수이기 때문에 그들이 마땅히 두려워해야 한다고 나는 말하는 바이다. 나는 나에게는 하나님의 말씀이 있지만 그들에게는 없다는 것을 확신한다” (D’Aubigne, b.6, ch.10). GC 142.3
그럴지라도 루터가 교회에서 마지막으로 떠나고자 결심하기까지는 무서운 갈등이 없지 않았다. 그 즈음에 그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나는 사람이 유년 시대에 받아들인 것을 내어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것을 날마다 더욱더 느끼고 있다. 비록 나는 나를 지지해 주는 성경을 가지고 나 혼자서 법왕을 대항하고 그를 적그리스도라고 언명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내 자신으로는 수긍했을지라도, 그것은 나에게 너무나 큰 고통을 가져다주었다. 내 마음속의 번민은 단순하지 않았다. 나는 법왕교도들의 입술에서 그처럼 자주 반복된 다음의 질문에 대하여 괴로운 마음으로 얼마나 여러 번 내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던가? ‘너 혼자만 현명한가? 너 외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틀렸는가? 만일 네 자신이 틀렸고, 많은 사람들이 너의 오류를 받아들인 결과로 영원히 멸망 받게 된다면, 결국 어떻게 되겠는가?’ 나는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흠없는 말씀으로 이와 같은 의혹을 대항하게끔 나의 마음을 강화시켜 주기까지 내 자신과 사단으로 더불어 싸웠다” (Martyn, pp.372, 373). GC 1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