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또 하나의 화형주가 콘스탄스 성에 세워질 것이었다. 또 한 사람의 증인의 피가 진리를 위하여 증거하여야 할 것이었다. 제롬은 후스가 대회의에 나아갈 때에 그와 작별하면서 그에게 용기와 확고한 태도를 가지라고 권면하고 만일 그에게 위험이 있을 때에는 즉시 도와주겠노라고 하였다. 개혁자의 투옥 (投獄) 소식을 듣자 충실한 그 제자는 곧 약속을 이행하려 하였다. 그는 통행권도 가지지 않고 한 동료를 데리고, 콘스탄스 성을 향하여 떠났다. 그는 그 곳에 도착하자, 후스를 구출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자신을 위험에 노출시켰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그 성에서 피하였다. 그러나 돌아가는 길에 그는 붙잡히어 쇠사슬에 매여 일단의 군인들에 의하여 호송되었다. 그가 처음으로 대회의에 끌려나와 그에 대한 소송에 답변을 하고자 했을 때 그는 “화형에 처하라, 화형에 처하라”는 부르짖음을 듣게 되었다 (Bonnechose, vol.1, p.234). 그는 큰 고통을 느끼도록 쇠사슬에 결박된 채로 투옥되어 있었는데, 먹을 것이라고는 물과 빵뿐이었다. 옥중에서 너무나 가혹한 대우를 받았으므로 제롬은 병에 걸려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었다. 그러므로 그의 원수들은 그가 그대로 죽을 것을 염려하여 약간 관대하게 대우하였다. 그러나 그는 약 1년간 옥중에 그대로 갇히어 있었다. GC 110.2
후스의 죽음은 법왕당에게 있어서 기대한 것만큼의 효과가 없었다. 후스의 통행권에 대한 침해가 심한 분노와 물의를 일으켰으므로, 더 안전한 방법으로, 대회의는 제롬을 화형에 처하는 대신에 할 수 있는 대로 그를 강요하여 그의 주장을 취소하게 하고자 결정하였다. 그는 회의장에 끌려나와 오류를 취소하든가, 화형으로 죽든가 둘 중의 하나를 택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그가 당한 무서운 고난을 생각해 보면 수감 초기에 죽는 것이 도리어 그에게는 동정 깊은 처사라고 할 수 있었을 것이었다. 이제 옥중에서 당한 고통으로 얻은 질병 때문에 기력이 쇠하여졌고, 근심과 불안에서 오는 괴로움, 친구들과의 이별, 후스의 죽음으로 인한 낙심 등과 같은 일들로 말미암아 제롬의 용기는 꺾이어 마침내 그는 회의에 굴복하였다. 그는 가톨릭의 신앙을 굳게 지킬 것을 서약하고, 위클리프와 후스가 가르친 교리 중 소위 “신성한 진리” (Bonnechose, vol.2, p.141) 이외의 것을 정죄한 회의의 결의를 수락하였다. GC 111.1
이와 같은 임기응변의 수단으로 제롬은 양심의 소리를 침묵시키고 절박해 오는 죽음을 면해 보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감방의 적막 속에서 그는 자기가 한 일이 무엇임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는 후스의 충성과 용기에 대하여 생각하였다. 그것과 비교해서 진리를 거부한 자기의 무가치한 행동을 숙고하였다. 그는 자기가 섬기기로 서약한 거룩하신 주님, 자기를 위하여 십자가의 죽음까지 참으신 주님을 생각하였다. 신앙을 취소하기 전에는 온갖 고난 중에도 하나님의 은혜의 확증으로 말미암는 위로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의 마음속에 오직 후회와 의혹과 고민만이 남아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로마교와 화해하려면 아직도 여러 번 신앙의 취소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나아가는 길은 완전한 배도로 끝날 것이었다. 그는 잠깐 동안의 고난을 면하기 위하여 자기의 주님을 부인하지 않기로 결심하였다. GC 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