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은 주선은 마침내 효력을 거두게 되어 법왕의 사절이 그 소송을 심리하게 되었다. 법왕이 그 사절에게 전달한 내용에 의하면, 이미 루터는 이단자로 선고를 받고 있다. 그러므로 법왕의 사절에게는 “지체하지 않고 구형할 의무”가 주어져 있었다. 그런데 만일 그가 자기의 주장을 고집하고 법왕의 사절이 그를 체포할 수 없을 때에는, 사절은 “독일 전국에서 그의 인권을 박탈하고, 그를 추방하고, 저주하며, 그에게 동조한 모든 사람들을 파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附與) 받고 있었다” (D’Aubigne, b.4, ch.2). 그뿐만 아니라 법왕은 그의 사절에게 그 지독한 이단을 완전히 뿌리 뽑기 위하여 황제 이외에는 국가와 교회의 어떤 고관이든지 간에 루터와 그의 지지자들을 체포하여 로마의 복수의 손에 넘겨주는 일을 등한히 하는 자는 모두 파문하라고 지시하였다. GC 133.3
여기에 로마교의 참 정신이 나타났다. 그 문서 전부를 볼 때 거기는 그리스도인의 원칙은 고사하고 통속적인 정의 (正義) 의 흔적조차도 찾아볼 수 없다. 루터는 로마에서 매우 먼 곳에 있었으므로 그는 자기의 입장을 설명하거나 변호할 기회를 갖지 못하였다. 더욱이 소송에 대하여 심문도 받기 전에 즉결 처분으로 그는 이단자라는 선고를 받았고, 그 같은 날에 권고와 고소 (告訴) 와 심판과 판결을 받게 되었다. 이 모든 일이 소위 나라와 교회의 유일한 최고의 절대 권위자요 거룩한 아버지로 자처하는 자로 말미암아 이루어졌다. GC 134.1
루터에게 진실한 친구의 동정과 조언이 가장 필요하였을 때,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섭리로써 멜란히톤 (Melanchthon) 을 비텐베르크로 보내셨다. 나이가 젊지만 겸손하고 내성적인 멜란히톤은 건전한 판단력과 해박한 지식과 매력적인 웅변과 순결하고 고상한 인격을 갖추고 있었으므로 일반의 칭송과 존경을 받았다. 그의 부드러운 성격은 그의 뛰어난 재능보다 더욱 훌륭하였다. 곧 그는 열렬한 복음의 사도가 되고, 루터의 가장 신임 받는 친구가 되고, 그의 귀중한 동지가 되었다. 그의 온유하고 신중하고 조심성 있는 성질은 과감하고 용감한 루터의 성질을 보완해 주기에 충분하였다. 이 두 사람이 연합하므로 개혁 사업은 한층 더 보강되었고 이것이 루터에게 큰 용기의 근원이 되었다. GC 1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