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가 통행권을 소유하고 있을지라도, 법왕당들은 그를 체포하여 투옥시킬 음모를 꾸몄다. 루터의 친구들은 그가 더 이상 체류하는 것이 무익한 일임을 알고 그에게 즉시 비텐베르크로 돌아갈 것과 그 계획에 대하여 비밀을 철저히 지키므로 남에게 눈치 채이지 않게 하도록 권유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지방 장관이 보내준 한 사람의 안내자를 따라 새벽에 말을 타고 아우크스부르크를 떠났다. 앞길에 가로놓인 여러 가지 어려움을 예상하면서, 고요하고 어두운 시가지를 몰래 빠져나왔다. 잔인한 원수들은 방심하지 않고 그를 죽이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그를 잡으려고 펴 놓은 함정을 그가 피해나갈 수 있을까? 진실로 이 때야말로 매우 염려되는 때요, 열렬한 기도가 필요한 때이었다. 그 도시의 성벽 (城壁) 에 있는 작은 문에 당도하였다. 문은 그에게 열리어지고, 그는 아무런 장애 없이 안내자와 함께 문밖으로 빠져나왔다. 일단 문밖으로 무사히 빠져 나오자 그들은 길을 재촉하였다. 그리하여 루터는 법왕의 사절이 그의 탈출을 알기 전에 박해자의 손이 미치지 못할 곳까지 가버렸다. 사단과 그의 부하들은 패배하였다. 그들의 손아귀에 잡혀 있는 줄로 생각했던 그 사람은 마치 한 마리의 새가 새 사냥꾼의 그물을 벗어나듯이 그들의 수중에서 벗어났다. GC 137.3
루터가 도망하였다는 소식을 듣자 법왕의 사절은 매우 놀라고 분개하였다. 그는 교회를 어지럽게 하는 자를 처단하는 일에 있어서 자신의 지혜와 단호한 결단력을 나타내므로 큰 명예를 얻을 것을 은근히 바라고 있었는데, 이제 그 희망이 사라졌다. 그는 자신의 분노를 작센 (Saxony) 의 선후 (選侯) 프리드리히 (Frederick) 에게 보내는 편지에 나타냈다. 그는 그 편지에서 루터를 신랄히 비난하고 프리드리히로 하여금 그를 로마로 보내든가 작센에서 추방하든가 해주기를 요구하였다. GC 138.1
루터는 자신의 주장을 변호하면서 법왕이나 법왕의 사절에게 성경상으로 자기의 오류 (誤謬) 를 지적해 주기를 요구하였다. 그리고 그는 만일 그들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자기의 잘못을 지적해 준다면 단연히 자기의 주장을 취소하겠노라고 가장 엄숙한 태도로 맹세하였다. 그리고 그는 자기를 이처럼 거룩한 사업을 위하여 고난 받는 일에 합당한 자로 헤아려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였다. GC 138.2
그 당시 선후 (選侯) 는 아직 개혁설에 대하여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는 루터의 공정하고, 분명하고, 힘 있는 말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개혁자의 오류가 입증되지 않는 한, 프리드리히는 그의 옹호자가 되기로 결심하였다. 그는 법왕의 사절에게 보내는 회답에서 다음과 같이 편지하였다. “‘귀하는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마틴 박사와 회견하였으므로 만족하였음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귀하가 그의 오류를 확신시켜 주지 않고 신앙을 취소하게 하고자 노력했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아직 마틴 박사의 교리가 불경하고, 비그리스도인적이며, 이단적이라고 말해 주는 이 나라의 학자들을 만나지 못하였습니다.’ 선후는 루터를 로마로 보내거나 자기 나라에서 추방하기를 거절하였다” (D’Aubigne, b.4, ch.10). GC 138.3
선후 (選侯) 는 사회의 도덕적 억제력이 전체적으로 무너져 있는 것을 알았다. 위대한 개혁 사업이 필요하였다. 사람이 하나님의 요구와 계발된 양심의 명령을 인정하고 순종하기만 하면 범죄를 억제하고 처벌하기 위하여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없을 것이었다. 그는 루터가 바로 이 목적을 위하여 일하고 있음을 알고, 그 사업이 교회 안에 좋은 감화를 끼치고 있는 것을 은근히 기뻐하였다. GC 1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