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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소망 -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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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장 안나스 앞과 가야바의 궁전에서

    폭도들은 예수님을 재촉하여 기드론 시내를 건너 밭들과 감람나무 숲을 지나 잠든 도성의 고요한 거리를 통과하였다. 때는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다. 그분을 쫓아온 분노한 폭도들의 부르짖음이 고요한 밤공기를 날카롭게 찢었다. 구주께서는 포박되어 엄중한 감시를 받았으며 고통스럽게 발을 옮겨 놓으셨다. 그러나 그분을 사로잡은 자들은 길을 재촉해서 전임 대제사장 안나스의 궁전으로 데리고 갔다.DA 698.1

    안나스는 제사 의식을 집전하는 제사장 가문의 우두머리였으며 그의 나이를 존중하여 백성들은 그를 대제사장으로 대우하였다. 사람들은 그의 권고를 하나님의 음성인 것처럼 추구하고 실행하였다. 성직자의 권력에 의해 잡혀온 예수님을 그가 먼저 보아야 했다. 경험이 부족한 가야바가, 저희가 도모하고 있는 목적을 이루는 데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로 죄수를 심문하는 일에 안나스는 반드시 참석해야 하였다. 여하튼 간에 그리스도를 정죄하지 않으면 안 되었으므로 그의 재치와 교활과 음흉이 이런 기회에 사용되어야 하였다. DA 698.2

    그리스도께서는 산헤드린 앞에서 정식으로 심문을 받을 것이었지만 안나스 앞에서 예비적인 심문을 당하셨다. 로마의 통치 하에서 산헤드린은 사형을 집행할 수 없었다. 그들은 죄수를 심문하고 재판할 수 있었으나 반드시 로마 당국의 재가를 받아야 했다. 그러므로 로마인들이 죄인으로 인정할 수 있는 혐의를 예수께 뒤집어씌울 필요가 있었고 유대인들의 눈에도 그분이 정죄받을 만한 죄상이 발견되어야만 하였다. 적지 않은 제사장과 관원들이 그리스도의 가르치심으로 죄를 깨닫게 되었으나 그들은 다만 파문이 무서워서 그리스도를 시인하지 못하였다. 제사장들은 “우리 율법은 사람의 말을 듣고 그 행한 것을 알기 전에 판결하느냐”(요 7:51)라고 질문한 니고데모의 말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이 질문은 한동안 회의를 중단시켰으며 그들의 계획을 좌절시켰다. 지금 회의에는 아리마대 사람 요셉과 니고데모가 소집되지 않았으나 공의의 편에 서서 담대히 말할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심문은 그리스도를 대적하는 일에 산헤드린 회원들을 연합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만 하였다. 제사장들은 두 가지 혐의를 주장하고자 했다. 만일 예수님이 참람된 자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면 그분은 유대인들의 정죄를 받을 것이요 소요죄(騷擾罪)가 확인된다면 로마인들의 정죄를 받게 될 것이다. 안나스는 먼저 둘째 혐의를 성립시켜 보려고 노력하였다. 그는 자기가 이용할 수 있는 재료가 될 어떤 말이 죄수에게서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예수님에게 그분의 제자들과 교리에 대하여 질문하였다. 안나스는 예수님이 새 왕국을 세울 목적으로 어떤 비밀 단체를 조직하려 했다는 사실을 밝힐 수 있는 말을 유도해 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된다면 제사장들은, 평화를 교란시키는 자와 폭동을 일으키는 자로서 그분을 로마인들에게 넘겨줄 수 있을 것이다.DA 698.3

    그리스도께서는 펴놓은 책을 읽는 것처럼 그 제사장의 의도를 읽으셨다. 그분에게 질문하는 자의 가장 깊은 마음을 아시고 예수께서는 그분과 그분을 따르는 자들 사이에 어떤 비밀스런 연합 관계가 있거나 혹은 그분이 자신의 계획을 감추기 위하여 은밀한 장소에서 비밀히 그들을 모았다는 것을 부인하셨다. 그분은 자신의 목적이나 교리에 대해 아무런 비밀도 없으셨다. 예수께서는 “내가 드러내어 놓고 세상에 말하였노라 모든 유대인들의 모이는 회당과 성전에서 항상 가르쳤고 은밀히는 아무것도 말하지 아니하였다”고 대답하셨다. DA 699.1

    구주께서는 자신의 일하는 방법을 당신을 비난하는 자들의 일하는 방법과 대조시키셨다. 여러 달 동안 그들은 그분을 함정에 빠뜨리고 그분을 비밀 법정에 세워 그 곳에서 정당한 방법으로 얻을 수 없었던 위증(僞證)을 얻어내려고 노력하면서 그분을 쫓아다녔다. 이제 그들은 그같은 저희의 목적을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폭도들에 의한 한밤중의 체포와 아직 정죄도 받지 않고 기소도 되기 전에 그분을 조롱하고 욕설을 퍼붓는 것은 그들이 일하는 방식이었지 예수님의 방식은 아니었다. 그들의 행동은 율법에 위배되었다. 저희의 법은, 모든 사람은 죄가 밝혀질 때까지는 무죄한 자로 취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사장들은 저희 자신의 법으로 정죄를 받았다. DA 699.2

    예수께서는 당신에게 질문하는 자를 돌아보시면서 “어찌하여 내게 묻느냐”고 말씀하셨다. 제사장들과 관원들은 그분의 행동을 감시하고 그분의 모든 말씀을 보고할 첩자들을 보내지 않았던가? 이 첩자들이 백성들의 모든 집회에 참석하여 그분이 하시던 말씀과 행동을 모두 다 제사장들에게 보고하지 않았던가? “내가 무슨 말을 하였는지 들은 자들에게 물어 보라 저희가 나의 하던 말을 아느니라”고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DA 699.3

    안나스는 이같은 결정적인 대답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가 덮어두기를 원하는 그의 행실에 대하여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시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그는 그리스도께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그의 관리들 중에 한 사람이 안나스가 잠잠한 것을 보고 분노하여 예수님의 얼굴을 치면서 “네가 대제사장에게 이같이 대답하느냐”고 말했다.DA 700.1

    그리스도께서는 침착하게 “내가 말을 잘못하였으면 그 잘못한 것을 증거하라 잘하였으면 네가 어찌하여 나를 치느냐”고 대답하셨다. 그분은 보복에 불타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그분의 침착한 대답은 무죄하고 인내성 있고 온화한 마음, 도발을 받아도 성내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다. DA 700.2

    그리스도께서는 능욕과 모독으로 심한 고통을 당하셨다. 그분은 당신이 창조하고 또 위하여 무한한 희생을 치르시려고 하는 자들의 손에서 온갖 모욕을 당하셨다. 그분은 당신의 완전한 거룩함과 죄에 대한 당신의 증오심에 비례하여 고통을 당하셨다. 악마들처럼 행동하는 사람들로부터 당하는 시련은 그분에게 끊임없는 희생이었다. 사단의 지배 아래 있는 인간들에게 둘러싸이는 것이 그분에게는 몸서리나는 일이었다. 그분은 신성의 능력을 발휘하여 일순간에 당신을 잔인하게 괴롭히는 자들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다. 이것이 시련을 더욱 견디기 힘들게 하였다. DA 700.3

    유대인들은 외적으로 무엇인가를 과시해 보일 메시야를 고대하고 있었다. 그들은 압도하는 의지의 섬광으로 사람들의 생각의 사조를 변화시켜서 당신의 최상권을 인정하도록 강요하는 그런 메시야를 기대하였다. 그렇게 함으로 그분 자신의 심적 고양을 확보하고 그들의 야망도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고 그들은 믿었다. 이와 같이 그리스도께서 멸시를 받으실 때에 그분에게는 신성을 나타내고 싶은 강한 유혹이 이르러 왔다. 그리스도께서는 한 마디 말과 한 번의 시선으로 그분을 핍박하는 자들로 당신이 왕들과 관원들과 제사장들과 성전보다 더 높은 주님이라는 사실을 고백하게 할 수 있으셨다. 그러나 그분에게는 당신이 인류와 하나가 되기로 선택하신 그 입장을 유지하는 일이 몹시 어려웠다. DA 700.4

    하늘의 천사들은 그들의 사랑하는 사령관을 대적하는 모든 행동을 주시하였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구원하기를 열망하였다. 하나님의 명령 하에 천사들은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일찍이 그들은 그리스도의 명령에 순종하여 하룻밤 사이에 앗수르의 군사 185,000명을 죽였다. 그리스도께서 심문을 받으시는 수치스러운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천사들이 얼마나 쉽게 하나님의 원수들을 소멸시킴으로 그들의 분노를 나타낼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그들은 이 일을 하도록 명령을 받지 않았다. 원수들의 죽음을 선고하실 수 있는 분이 그들로부터 잔인한 취급을 당하셨다. 아버지께 대한 그분의 사랑과 세상의 기초를 놓을 때부터 죄를 지는 분이 되시겠다는 그분의 약속이 그분으로 당신이 구원하러 오신 자들로부터 당하는 야비한 대접을 불평 없이 참도록 해 주었다. 당신에게 던져지는 인간들의 모든 조롱과 모욕을 인성으로 견디시는 것이 그분의 사명의 일부였다. 인간의 유일한 희망은 그분이 사람들의 손과 마음에서 빚어지는 온갖 것들을 견디어 내는, 이와 같은 그리스도의 순종에 달려 있었다.DA 700.5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을 고소하는 자들이 책잡을 만한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그분은 포박을 당하셨는데 이는 그분이 정죄를 받으셨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처벌에 대한 구실이 있어야 했다. 법률이 요구하는 심문의 형식을 갖출 필요가 있었다. 당국자들은 이 일을 급히 서두르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예수님이 백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만일 그분이 체포되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 석방 운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고 염려하였다. 또 심문과 처형이 즉시 이루어지지 않으면 유월절 축제로 인하여 한 주일이 늦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들의 계획이 좌절될지도 모른다. 예수님을 정죄하는 데 그들은 주로 폭도들의 소동에 의존하였고 이들 대부분이 예루살렘의 폭도들이었다. DA 703.1

    한 주일 지체하게 되면 흥분이 가라앉을 것이며 어떤 반발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선량한 백성들이 그리스도를 위하여 일어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분을 옹호하여 증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분이 행한 힘 있는 기적이 만천하에 알려지게 되어서 산헤드린에 대한 민중들의 적개심이 자극될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의 행위는 비난을 받게 되고 예수님은 석방되어 군중들로부터 새로운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제사장들과 관원들은 그들의 의도가 밝혀지기 전에 예수님을 로마인들의 손에 넘겨주기로 결심하였다. DA 703.2

    그러나 무엇보다도 먼저 고소할 조건이 발견되어야만 하였다. 그들은 이제껏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했다. 안나스는 예수님을 가야바에게 데리고 가도록 명령했다. 가야바는 사두개파에 속해 있었고 그들 중의 얼마는 지금 예수님의 가장 지독한 원수였다. 가야바는 덕망이 없었으며 안나스처럼 가혹하고 무정하며 파렴치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예수님을 죽이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때는 아직 어둠이 깔린 이른 아침이었는데 무장한 무리가 죄수를 데리고 횃불과 등불을 밝히고 대제사장의 궁전을 향하여 나아갔다. 산헤드린 회원들이 모이고 있는 동안 그 곳에서 안나스와 가야바가 다시 예수님에게 질문을 했으나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했다. DA 703.3

    법정에서 의회가 소집되자 가야바는 의장석에 앉았다. 양편에는 재판관들과 심문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자들이 앉아 있었다. 의장석 아래 심문대에는 로마 군병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예수께서는 심문대 맨 아래 단에 서 계셨다. 모든 군중들의 시선이 예수님에게 집중되어 있었고 모두 다 극도로 흥분해 있었다. 그들 중 오직 예수님 한 사람만이 침착하고 평온하셨다. 그분을 두르고 있는 바로 그 분위기는 거룩한 감화로 가득 찬 것처럼 보였다.DA 703.4

    가야바는 예수님을 그의 적수로 간주해 왔었다. 구주의 말씀을 들으려고 하는 백성들의 열성과 그분의 가르치심을 즉시 받아들이려는 것처럼 보이는 그들의 태도가 대제사장의 맹렬한 질투심을 일으켰다. 그러나 가야바는 그 죄수를 바라보고 예수님의 고상하고 존귀한 예모에 감탄하였다. 그는 이 사람이 하나님께 속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는 경멸하며 그 생각을 물리쳐 버렸다. 곧 예수께서 당신의 힘있는 이적을 그들 앞에서 행하기를 요구하는 그의 교만하고 비웃는 투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러나 그의 말이 구주의 귀에는 마치 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백성들은 안나스와 가야바의 상기되고 악의에 찬 태도와 예수님의 침착하고 위엄 있는 태도를 비교해 보았다. 냉담한 군중들의 마음속에서도 여기 있는 이 경건한 사람이 범죄자로 정죄를 받아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었다.DA 704.1

    가야바는 그같은 감화력이 퍼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심문을 재촉하였다. 예수님의 원수들은 큰 곤경에 빠졌다. 그들은 그분을 정죄하려고 했으나 어떻게 해야 이 일을 성취시킬 수 있을 것인지 알지 못했다. 의회 회원들은 바리새파와 사두개파로 분열되었다. 그들 사이에는 심각한 증오와 논쟁이 있었으며 어떤 논쟁점은 싸움이 일어날까 두려워서 감히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예수께서는 몇 마디의 말씀으로 그들 사이에 있는 편견을 자극시켜 그들의 분노를 자신으로부터 다른 데로 돌이키게 하실 수 있으셨다. 가야바는 이것을 알고 논쟁을 일으키는 일을 피하고자 했다. 그리스도께서 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을 위선자들과 살인자들이라고 비난하신 것을 증언할 수 있는 많은 증인들이 있었으나 그것을 내세우는 것은 이롭지 못했다. 사두개인들도 바리새인들과 맹렬한 논쟁을 벌일 때 그들에 대해 그같은 말을 사용했었다. 따라서 이런 증언은 바리새인들의 주장에 대해 진절머리를 내는 로마인들에게는 아무런 가치가 없을 것이다. 예수께서 유대인들의 유전들을 멸시하고 그들의 의식들 중 대부분을 불손하게 말씀하신 증거가 많았으나 유전에 대해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 사이가 대단히 나빴으므로 이 증언 역시 로마인들에게 무가치할 것이다. 그리스도의 원수들은 감히 그분을 안식일을 범하는 자라고 비난할 수 없었는데 이는 저희가 예수님의 사업의 성격을 나타내게 될 어떤 조사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분의 병 고치는 이적들을 밝히게 되면 제사장들이 원하는 바로 그 목적이 좌절될 것이었다. DA 705.1

    거짓 증인들은 매수되어 예수님이 반란을 선동하고 다른 정부를 세우고자 했다고 고소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증언이 모호하고 모순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심문 중에 그들은 자신들의 진술이 거짓됨을 드러냈다. DA 705.2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봉사 초기에 “너희가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고 말씀하셨다. 이러한 비유적인 예언의 말로 그분은 당신 자신의 죽음과 부활을 예언하셨다. “예수는 성전된 자기 육체를 가리켜 말씀하신 것이라”(요 2:19, 21). 이 말씀을 유대인들은 문자 그대로 예루살렘에 있는 성전에 관하여 말씀하신 것으로 이해하였다.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모든 말씀 중에 이것을 제외하고는 제사장들이 그분을 대적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은 이 말을 악용하여 이득을 얻고자 하였다. 로마인들은 성전을 재건하고 장식하는 일에 오랫동안 종사해 왔으며 그 일을 큰 자랑거리로 여겼다. 그러므로 이것에 대한 어떤 멸시도 분명히 그들의 분노를 일으킬 것이다. 이 문제로 로마인들과 유대인들과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이 연합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그들이 다 성전을 크게 존경했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 두 사람의 증인이 나타났고 그들의 증언은 다른 사람들이 증언한 것처럼 그렇게 모순되지 않았다. 그들 중 예수님을 비난하도록 뇌물을 받은 한 사람이 “이 사람의 말이 내가 하나님의 성전을 헐고 사흘에 지을 수 있다 하더라”고 선언했다. 이와 같이 그리스도의 말씀이 잘못 전달되었다. 만일 그들이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신 그대로 보고했더라면 그들은 산헤드린 회의에서조차 그분에 대한 선고를 얻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유대인들이 주장한 바와 같이 예수께서 단순한 한 사람에 불과하셨다면 그분의 선언은 다만 조리에 맞지 않는 말이요 과장된 정신을 나타낸 것에 불과하며 참람된 것으로 해석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비록 거짓 증언에 의하여 잘못 전해졌을지라도 그분의 말에는 로마인들이 볼 때 사형에 처할 만한 죄목이 아무것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DA 705.3

    예수께서는 모순된 증언들을 참을성 있게 들으셨다. 그분은 자기 방어를 위하여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마침내 예수님을 고발하던 자들 사이에 분규가 일어나게 되고, 당혹하고 발광하게 되었다. 재판은 진전되지 못하고 그들의 음모는 좌절되는 것처럼 보였다. 가야바는 절망적이었다. 한 가지 최후 수단이 남아 있었는데 그것은 그리스도께서 당신 자신을 정죄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대제사장은 재판석에서 일어났다. 그의 얼굴은 격앙되어 일그러졌고 그의 음성과 태도는 분명히 자기 앞에 서 있는 죄수를 죽일 수 있는 권세가 자기에게 있다는 것을 나타냈다. 그는 “아무 대답도 없느냐 이 사람들의 너를 치는 증거가 어떠하뇨” 하고 부르짖었다. DA 706.1

    예수께서는 잠잠하셨다. “그가 곤욕을 당하여 괴로울 때에도 그 입을 열지 아니하였음이여 마치 도수장으로 끌려가는 어린양과 털 깎는 자 앞에 잠잠한 양같이 그 입을 열지 아니하였도다”(사 53:7). DA 706.2

    마침내 가야바는 그의 오른손을 하늘로 향하여 들고 엄숙한 선서의 형식으로 다음과 같이 예수님에게 말했다. “내가 너로 살아 계신 하나님께 맹세하게 하노니 네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인지 우리에게 말하라.” DA 706.3

    이런 요청에 그리스도께서는 잠잠히 계실 수 없었다. 잠잠할 때와 말할 때가 따로 있었다. 그분은 직접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말씀하지 않으셨다. 지금 대답하는 것은 당신의 죽음을 확실하게 하리라는 사실을 아셨다. 그러나 그 요청은 민족의 공인된 최고의 권위와 지극히 높으신 이의 이름으로 행해졌다. 그리스도께서는 율법에 대한 올바른 존경심을 나타내 보이실 것이다. 더욱이 아버지께 대한 당신 자신의 관계에 대하여 질문을 받으셨던 것이다. 그분은 당신의 품성과 사명을 분명하게 선언하셔야 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시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저를 시인할 것이요”(마 10:32)라고 말씀하셨다. 이제 그분은 자신의 모본으로써 그 교훈을 반복하셨다.DA 706.4

    예수께서 “네가 말하였느니라”고 대답하실 때에 모든 사람이 그 말씀에 귀를 기울였고 모든 사람의 눈이 그분의 얼굴에 집중되어 있었다. 예수께서 덧붙여서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후에 인자가 권능의 우편에 앉은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너희가 보리라”고 말씀하실 때에 하늘의 빛이 그분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는 것처럼 보였다. DA 707.1

    잠시 동안 그리스도의 신성은 그분의 인성의 자태를 통하여 빛났다. 대제사장도 구주의 꿰뚫어 보는 시선 앞에 두려워서 떨었다. 그 시선은 대제사장의 숨겨진 생각을 읽고 그의 마음을 꿰뚫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일생 동안 핍박받으시던 하나님의 아들의 그 엄중한 시선을 결코 잊을 수 없었다. DA 707.2

    예수께서는 “이 후에 인자가 권능의 우편에 앉은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너희가 보리라”고 하셨다. 그리스도께서는 이 말씀 가운데서 그때에는 정반대되는 장면이 일어날 것을 보여 주셨다. 생명과 영광의 주로서 그분은 하나님 우편에 앉으실 것이다. 그분은 온 세상의 재판관이 되실 것이며 그분의 판결에는 상소(上訴)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때에 모든 은밀한 일들이 하나님의 얼굴의 빛 가운데 드러나게 될 것이며 각 사람은 행한 대로 심판을 받을 것이다.DA 707.3

    그리스도의 말씀은 대제사장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죽은 자의 부활이 있으며 그 때에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법정에 서서 그들의 행위에 따라 보응을 받으리라는 생각은 가야바에게 공포심을 주었다. 그는 장래에 자신의 행위대로 선고를 받으리라는 사실에 대하여 믿기를 원치 않았다. 최후의 심판의 광경이 파노라마처럼 그의 마음에 밀려들어왔다. 잠시 동안 그는 무덤들이 죽은 자들을 내어 주는 무서운 광경과 그가 영원히 감추어지기를 바랐던 비밀들을 보았다. 잠시 동안 그는 마치 영원한 재판관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느꼈고 만물을 보시는 재판관의 눈이 그의 심령을 읽으시며 죽은 자와 함께 감추어졌다고 생각한 비밀들이 밝히 드러나는 것을 느꼈다. DA 708.1

    그 광경이 제사장의 환상에서 사라졌다. 그리스도의 말씀은 사두개인인 그의 급소를 찔렀다. 가야바는 부활과 심판과 내세에 관한 교리를 부인하였다. 이제 그는 사단과 같은 분노로 발광하였다. 자기 앞에 있는 이 죄수가 자기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학설을 논박하려고 하는가? 그는 자신이 짐짓 가장하고 있는 공포를 백성들이 보도록 그의 예복을 찢으면서 단도직입적으로 죄수가 참람된 말을 했으므로 정죄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가 참람한 말을 하였으니 어찌 더 증인을 요구하리요 보라 너희가 지금 이 참람한 말을 들었도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모두 예수님을 정죄하였다. DA 708.2

    분노가 뒤섞인 확신이 가야바로 하여금 그처럼 행동하게 했다. 그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믿는 자기 자신에 대해 격분했다. 그는 진리에 대한 깊은 자각으로 자기의 마음을 찢고 예수님이 메시야라고 고백하는 대신에, 그것을 결정적으로 거절한다는 뜻으로 자신의 제사장 예복을 찢었다. 이 행위에는 깊은 뜻이 있었다. 가야바는 이 의미를 전혀 깨닫지 못했다. 재판관들에게 영향을 주어서 그리스도를 정죄케 한 이 행위로 대제사장은 자기 자신을 정죄했다. 하나님의 율법에 의하면 그는 제사장의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그는 자기 자신에게 사형을 선고한 것이다. DA 708.3

    대제사장은 자기 의복을 찢어서는 안 되었다. 레위인의 율법에 의하면 이것은 사형에 해당하는 금지된 행위였다. 어떤 환경이나 어떤 경우에도 제사장은 그의 예복을 찢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유대인들 중에는 친구가 죽을 때에 옷을 찢는 풍속이 있었으나 이 풍속을 제사장들은 지키지 말아야 했다. 이것에 관하여 그리스도께서는 모세에게 분명히 명령하셨다(레 10:6).DA 708.4

    제사장이 입는 모든 것은 완전하고 흠이 없어야만 했다. 이 아름다운 제사장의 공식 의상들은 크신 원형(原型)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품성을 대표하였다. 의복과 태, 말과 생각에 있어서 완전함만을 하나님께서 받으실 수 있었다. 하나님은 거룩하시니 그분의 영광과 완전함이 지상 봉사에서 나타나야만 하였다. 완전함만이 하늘 봉사의 신성함을 올바르게 나타낼 수 있었다. 유한한 인간은 죄를 뉘우치고 겸손한 정신을 나타냄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찢어야만 하였다. 하나님께서는 이것을 분간하실 것이다. 그러나 제사장의 예복은 찢지 말아야만 했는데 그 이유는 이것이 하늘의 사물에 대한 표상을 훼손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찢어진 예복을 입고 감히 거룩한 직무에 나아가 성전봉사에 임하려는 대제사장은 스스로 하나님과의 관계를 끊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의 의복을 찢으므로 그는 상징적인 성격을 띤 직분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끊어 버렸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의식을 집무하는 제사장으로서 하나님께 가납되지 못하였다. 가야바가 나타낸 행동은 인간의 격정과 불완전함을 나타내었다. DA 709.1

    자신의 의복을 찢으므로 가야바는 사람들의 유전을 따르기 위하여 하나님의 법을 무효로 만들었다. 참람된 사건에 제사장이 그 죄를 보고 무서워서 자기의 의복을 찢는 경우에는 죄가 없도록 인간이 만든 법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와 같이 하여 하나님의 법은 사람들의 율법으로 인하여 효력을 잃게 되었다. DA 709.2

    대제사장의 모든 행동을 백성들은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았으며 가야바는 그의 경건을 나타내는 것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비난하려고 계획된 이 행동으로 그는 하나님께서 “내 이름이 그에게 있음이니라”(출 23:21)고 말씀하신 그분을 모욕하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 참람된 죄를 범하고 있었다. 하나님의 정죄 아래 서서 그는 그리스도에게 참람된 자라는 선고를 내렸다. DA 709.3

    가야바가 그의 의복을 찢었을 때에 그의 행동은 유대 민족이 한 국가로서 그 때 이후로 하나님께 대하여 그들이 차지할 위치를 의미하였다. 한때 하나님의 은총을 받던 백성들이 저희 스스로 하나님께로부터 떠나고 있었으며, 신속히 여호와께 버림받은 백성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다 이루었다”(요 19:30)고 부르짖으셨을 때 성전 휘장이 두 조각으로 찢어졌는데, 거룩한 파수꾼께서는 유대 백성들이 그들의 모든 상징물의 원형이며 그들의 모든 그림자의 실체이신 그분을 거절했다고 선언하셨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에게서 끊어졌다. 가야바가 크신 대제사장의 상징이라고 주장했던 대로 그러한 뜻을 지닌 그의 예복을 찢은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더 이상 그 옷은 그와 백성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제사장이 자기 자신과 자기 민족에 대한 공포에 눌려 예복을 찢은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DA 709.4

    산헤드린이 예수님을 사형에 처하도록 선고했으나 밤에 죄수를 심문하는 것은 유대인의 법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합법적인 선고를 하기 위해서는 낮에 성원이 된 의회 앞에서만 가능했고 그 외의 다른 방법으로는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주께서는 이제 유죄 선고를 받은 죄수로 취급되었고 가장 낮고 비루한 인간에게 학대를 받도록 내어준 바 되셨다. 대제사장의 관저는 개방된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군사들과 무리들이 그곳으로 모여들었다. 예수께서는 정원을 통과하여 감방으로 잡혀가셨는데, 그 때 사면에서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그분의 주장을 조롱했다. “권능의 우편에 앉은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온”다는 그분의 말씀이 희롱조로 여러 번 반복되었다. 합법적인 심문을 기다리면서 감방에 계시는 동안 그분은 보호를 받지 못하셨다. 무식한 폭도들은 그리스도께서 의회 앞에서 잔인하게 취급되는 것을 보았고 그들은 이것을 저희의 악마적인 성질을 모두 나타낼 수 있는 허가서로 삼았다. 그리스도의 고상하고 경건한 태도가 그들로 미치게 만들었다. 그분의 온유와 결백과 위엄스러운 인내는 그들을 사단에게서 유래한 온갖 증오심으로 가득 채웠다. 자비와 공의는 짓밟혔다. 일찍이 하나님의 아들처럼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취급된 죄수는 결코 없었다.DA 710.1

    그러나 이보다 더욱 심한 고민이 그리스도의 마음을 찢었는데, 그것은 어떤 원수의 손이 가할 수 있는 것보다 더욱 심한 고통을 그분에게 주었다. 가야바 앞에서 조소적인 심문을 받고 계실 때에 그분의 제자 중 하나가 그를 부인했다. DA 710.2

    동산에서 저희 주님을 저버린 후에 두 제자는 감히 멀찍이서 예수님을 잡아가는 폭도들의 뒤를 따라갔다. 이 두 제자는 베드로와 요한이었다. 제사장들은 요한을 예수님의 유명한 제자로 알았으나, 요한이 자기의 선생님이 법정에서 모욕을 당하는 것을 보면 그분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생각을 조소하게 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그를 재판정에 들어가도록 허락했다. 요한이 베드로에 대해 잘 말해서 그도 역시 들어갈 허락을 얻게 되었다. DA 710.3

    그 때는 바로 동이 트기 직전이었고 밤 중 가장 추운 때였으므로 마당에는 불이 피워져 있었다. 한 무리가 불을 쬐고 있었는데 베드로도 염치없이 그들과 자리를 같이 하였다. 그는 예수님의 제자로 인식되기를 원치 않았다. 속 편하게 군중들과 섞여서 그는 예수님을 이곳으로 끌고 온 자들 중의 하나로 여겨지기를 바랐다. DA 710.4

    그러나 불꽃이 베드로의 얼굴을 비추자 문을 지키던 여인이 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 여인은 그가 요한과 같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고 그의 얼굴의 절망적인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는 그가 예수님의 제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여인은 가야바의 집 종이었으며 호기심이 나서 알아보고자 하였다. 그는 베드로에게 “너도 이 사람의 제자 중 하나가 아니냐”고 물었다. 베드로는 놀라고 당황했으며, 군중들의 눈은 곧 베드로에게 쏠렸다. 베드로는 그 말을 못들은 체하였으나 여인은 집요하게 그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 사람이 예수님과 함께 있었다고 말했다. 베드로는 대답하지 않을 수 없음을 알고 화를 내며 “여자여 내가 저를 알지 못하노라”고 말하였다. 이것은 그의 첫 번째 부인이었고 곧 닭이 울었다. 오, 베드로여 그렇게 빨리 그대의 주님을 부끄러워하다니! 그렇게 빨리 그대의 주님을 부인하다니!DA 710.5

    제자 요한은 제판정에 들어갈 때에 그가 예수님을 따르는 자라는 사실을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주님을 욕하고 있는 사나운 무리들과 섞이지 않았다. 그는 거짓된 성격을 가장하여 자신을 의심받게 하지 않았으므로 그는 질문도 받지 않았다. 그는 폭도들의 주목을 피하려고 한적한 모퉁이를 찾았으나 될 수 있는 대로 예수님 가까이 있고자 하였다. 그 곳에서 그는 주님을 심문하는 동안 일어난 모든 것을 보고 들을 수 있었다.DA 711.1

    베드로는 그의 진정한 신분을 나타내려고 하지 않았다. 무관심한 태도를 가장하므로 그는 자신을 원수의 편에 두었으며 쉽게 유혹의 밥이 되었다. 만일 그가 자기 주님을 위하여 싸우도록 부르심을 받았더라면 그는 용감한 군인이 되었을 것이나 조롱의 손가락이 그를 지적했을 때에 그는 자신이 겁쟁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말았다. 저희 주님을 위한 적극적인 투쟁을 겁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조롱을 받게 될 때에는 그들의 신앙을 버리게 된다. 마땅히 피해야 할 자들과 사귀므로 그들은 유혹의 길에 저희 자신들을 방치해 둔다. 그들은 저희를 유혹하도록 원수를 초청해 들이고, 다른 환경 아래 있었더라면 그들이 결코 죄를 짓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며 행한다. 오늘날 고통과 비난이 무서워서 자신의 신앙을 숨기는 그리스도의 제자는 재판정에서 베드로가 행한 것처럼 실제로 자기의 주님을 부인하는 자들이다. DA 712.1

    베드로는 주님의 심문에 대하여 관심을 나타내지 않으려고 했으나 그분에게 퍼붓는 잔인한 욕설을 듣고 그분이 당하는 학대와 고통을 보고 그의 마음은 슬픔에 짓눌렸다. 그러나 이보다도 더 그가 놀라고 분개한 것은 예수께서 그 같은 취급을 당하고 계심으로 그분 자신과 그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치욕을 안겨 주고 계신 것이었다. 그는 자기의 솔직한 감정을 숨기기 위하여 예수님을 핍박하는 자들의 얼토당토않은 조롱에 가담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는 거짓을 행하고 있었으며 태연하게 이야기하려고 했으나 주께 퍼붓는 욕설을 듣자 분개한 감정을 억제할 수 없었다. DA 712.2

    두 번째로 그에게 주의가 집중되고 다시 그는 예수님을 따르는 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번에는 맹세하여 말하기를 “내가 그 사람을 알지 못하노라”고 하였다. 아직도 그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있었다. 한 시간이 지나서 대제사장의 종들 중 하나 곧 베드로가 귀를 잘랐던 자의 가까운 친척 되는 사람이 베드로에게 말하기를 “네가 그 사람과 함께 동산에 있던 것을 내가 보지 아니하였느나”, “너는 갈릴리 사람이니 참으로 그 당이니라 네 말하는 소리가 너를 표명한다”(영문 성경 참고)고 하였다. 이 말을 듣자 베드로는 버럭 성을 내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그들의 말이 순결한 것으로 유명했다. 베드로는 이제 그에게 질문하는 자들을 완전히 속이고 그의 위장된 신분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저주하고 욕함으로 주님을 부인하였다. 또 다시 닭이 울었다. 베드로는 그 소리를 듣자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막 14:30)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였다. DA 712.3

    비열한 저주의 말이 베드로의 입술에서 발해지며 목청껏 울어대는 닭의 울음소리가 아직도 그의 귀에 울리고 있을 그때에 구주께서는 얼굴을 찌푸린 재판장들로부터 얼굴을 돌려 그분의 가련한 제자를 유심히 바라보셨다. 그와 동시에 베드로의 시선도 주께 이끌렸다. 그 부드러운 얼굴에서 그는 깊은 동정과 슬픔을 볼 수 있었을 뿐 분노의 그림자는 추호도 볼 수 없었다.DA 712.4

    창백하고 고통에 차 있는 얼굴과 떨리는 입술과 동정과 용서의 정이 서린 그분의 모습은 화살처럼 그의 마음을 찔렀다. 양심은 일깨워졌다. 기억은 되살아났다. 베드로는 주님과 함께 옥에나 죽는 곳에라도 가겠다고 했던 불과 몇 시간 전의 그의 약속을 회상했다. DA 713.1

    구주께서 다락방에서 그날 밤에 그가 세 번씩이나 주님을 부인하리라고 말씀하셨을 때 자신이 슬퍼하던 일을 기억하였다. 베드로는 방금 예수님을 모른다고 선언하였으나, 이제 그는 매우 슬퍼하며, 주께서 그를 얼마나 잘 아시며, 자신도 알지 못하였던 거짓된 마음을 얼마나 정확하게 아셨는지를 깨달았다. DA 713.2

    추억의 조수가 그에게 밀려들었다. 구주의 부드러운 자비, 그분의 친절과 오래 참으심, 과오를 범한 제자들을 대하시는 그분의 부드러우심과 인내…, 이 모든 일이 기억에 떠올랐다. 그는 “시몬아 보라 사단이 밀 까부르듯 하려고 너희를 청구하였으나 그러나 내가 너를 위하여 네 믿음이 떨어지지 않기를 기도하였노”(눅 22:31, 32)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회상하였다. 그는 자신의 배은망덕과 거짓과 거짓된 맹세에 대하여 두려운 마음으로 반성하였다. 베드로가 한 번 더 주님을 바라보았을 때 그는 한 괘씸한 손이 주님의 얼굴을 치는 것을 보았다. 그 장면을 보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그는 비통한 마음으로 재판정에서 뛰쳐나왔다. DA 713.3

    베드로는 홀로 외로이 어둠을 헤치고 나아갔다. 그는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했고 어디로 가든 상관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는 자신이 겟세마네 동산에 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일어났던 광경이 그의 마음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피땀에 젖어 고민으로 떨고 계시던 주님의 고통스러운 얼굴이 그의 앞에 떠올랐다. 그는 심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그 시련의 시간에 그분과 연합했어야 할 자들이 자고 있었던 일과 예수께서 홀로 기도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고민하시던 일을 기억하였다. 그는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있어 기도하라”(마 26:41)고 하신 예수님의 엄숙한 명령을 기억하였다. 그는 다시 재판정에서 일어난 광경을 회상했다. 그가 구주의 굴욕과 슬픔에 가장 무거운 짐을 더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의 애통하는 마음은 몹시 괴로웠다. 예수께서 당신의 아버지께 자기의 영혼의 고통을 토로하시던 바로 그 곳에 와서 베드로는 얼굴을 땅에 대고 죽기를 원했다. DA 713.4

    베드로가 큰 죄를 지을 길을 마련하고 있던 때가 바로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깨어 기도하라고 명하셨는데도 자고 있던 바로 그 때였다. 그 결정적인 순간에 잠을 잤으므로 제자들은 모두 큰 손실을 당했다. 그리스도께서는 그들이 통과해야 할 불 같은 시련을 아셨다. 그분은 어떻게 사단이 그들의 감각을 마비시켜서 그들로 시련을 대비하지 못하도록 할 것인지를 아셨다. 그러므로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경고를 주셨던 것이다. 동산에서 깨어 기도하면서 시간을 보냈더라면 베드로는 자기 자신의 연약한 힘만을 의지하도록 버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주님을 부인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자들이 고민 가운데 계시는 그리스도와 같이 깨어 있었다면 그들은 십자가 위에서 고통당하시는 그분을 바라볼 수 있도록 준비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그분의 압도적인 고민의 성격을 어느 정도 이해하였을 것이다. 그들은 당신의 고통과 죽음과 부활에 대하여 예언하신 그분의 말씀을 회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가장 어둡고 극심한 시련의 때에 희망의 빛이 어둠을 비춰서 그들의 믿음을 유지할 수 있게 했을 것이다.DA 713.5

    날이 새자마자 산헤드린은 다시 회의를 소집해서 예수님을 공회 앞에 끌어 왔다. 예수께서는 자기가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선언하셨고 그들은 그분의 말씀을 가지고 그분을 대적할 혐의로 삼았다. 그러나 그들이 이것으로는 예수님을 정죄할 수 없었다. 이는 그들 중 많은 사람이 야간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고 그분의 이러한 말씀을 듣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로마의 법정이 그분의 말씀에서 사형에 처할 만한 죄목을 찾지 못할 것을 알았다. 그러나 예수님의 입술에서 그 말씀이 되풀이되어 나오는 것을 그들 모두가 다시 들을 수 있다면 그들의 목적은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들은 메시야라는 그분의 주장을 선동적인 정치적 주장과 연계시킬 수 있을 것이었다. DA 714.1

    그들은 “네가 그리스도여든 우리에게 말하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잠잠하셨다. 그들은 계속하여 그분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마침내 비통한 음조로 그분은 “내가 말할지라도 너희가 믿지 아니할 것이요 내가 물어도 너희가 대답지 아니할 것이니라”고 대답하셨다. 그러나 그들이 핑계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그분은 “이제 후로는 인자가 하나님의 권능의 우편에 앉아 있으리라”고 엄숙한 경고를 덧붙여 말씀하셨다. DA 714.2

    “그러면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냐”고 그들은 한 목소리로 물었다. 예수께서는 “너희 말과 같이 내가 그니라”고 말씀하셨다. 저희는 “어찌 더 증거를 요구하리요 우리가 친히 그 입에서 들었노라”고 부르짖었다. DA 714.3

    유대의 권력자들로부터 세 번째 선고를 받으셨으므로 예수께서는 죽으실 수밖에 없었다. 이제 필요한 일은 이 같은 선고에 대해 로마인들의 재가(裁可)를 받기 위하여 그분을 그들의 손에 넘겨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DA 714.4

    그 다음에 세 번째로 그분을 욕하고 조롱하는 장면이 벌어졌는데, 그것은 무식한 폭도들에게 받던 것보다 한층 더 심했다. 제사장들과 관원들이 참석한 바로 그 곳에서 또 그들의 허락을 얻어 이 일이 벌어졌다. 모든 동정심이나 인도적인 감정은 그들의 마음에서 사라졌다. 만일 저들의 논법이 약해서 그분의 음성을 침묵시키지 못했다면 그들은 다른 무기들 곧 각 시대를 통하여 이단자들을 침묵시키는 데 사용되었던 고통과 폭력과 죽임과 같은 무기들을 사용했을 것이다. DA 714.5

    재판관들이 예수님의 유죄를 선고하자 백성들은 악마적인 분노에 사로잡혔다. 그들의 부르짖음은 야수의 소리와 같았다. 군중들은 예수님에게 달려가서 “그는 죄인이다. 그를 죽여라!” 하고 부르짖었다.DA 715.1

    로마의 군병들이 없었던들 예수께서는 갈바리의 십자가에 못 박힐 때까지 살아 계시지 못했을 것이다. 로마 당국이 간여해서 무력으로 폭도들의 폭력을 제지하지 않았더라면 그분은 재판관들 앞에서 갈가리 찢기셨을 것이다. DA 715.2

    이방인들은 아무 죄도 찾아낼 수 없는 사람을 야수처럼 취급하는 것을 보고 분개하였다. 로마의 관리들은 예수님에게 유죄를 선고함으로 유대인들이 로마의 권위를 침해했고 더군다나 그 자신의 증언만으로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유대인의 율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들의 개입이 사건 진행에 일시적인 소강(小康)상태를 가져왔지만 유대인의 지도자들은 동정과 수치심에는 모두 무감각해 있었다. DA 715.3

    제사장들과 관원들은 그들이 가진 직분의 존귀함을 잊어버리고 추악한 형용 어구를 써서 하나님의 아들을 모욕하였다. 그들은 예수님의 가문을 들어 그분을 욕했다. 자신을 메시야라고 선언한 그분의 외람됨이 그분을 가장 수치스러운 죽음으로 이끌어갔다고 그들은 말했다. 가장 방탕한 사람들이 구주를 파렴치하게 학대하는 일에 가담하였다. 박해하는 자들은 헌 옷을 그분의 머리에 씌우고 그분의 얼굴을 치면서 말하기를 “그리스도야 우리에게 선지자 노릇을 하라 너를 친 자가 누구냐”고 하였다. 그 헌 옷을 그분에게서 벗길 때에 한 초라하고 비루한 자가 그분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DA 715.4

    하나님의 천사들은 저희의 사랑하는 사령관에 대한 온갖 모독적인 표정과 말과 행실을 빠짐없이 기록하였다. 그리스도의 평온하고 창백한 얼굴에 침을 뱉고 멸시한 비열한 자들은 장차 태양보다 더 밝게 빛나는 영광의 얼굴을 보게 될 것이다. DA 7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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