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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소망 -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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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장 요셉의 무덤에서

    마침내 예수께서 운명하셨다. 수치와 고통의 긴 날은 끝났다. 지는 태양의 마지막 광선이 안식일의 가까움을 고할 무렵 하나님의 아들은 고요히 요셉의 무덤에 누우셨다. 당신의 사업을 완전히 마치고 당신의 손을 평안히 접으신 채 그분은 안식일의 거룩한 시간 동안 편히 쉬셨다.DA 769.1

    태초에 아버지와 아들은 창조 사업을 마치신 후 안식일에 쉬셨다. “천지와 만물이 다 이루”(창 2:1)었을 때에 창조주와 온 하늘의 거민들은 영광스러운 광경을 보고 기뻐하였다. “그 때에 새벽 별들이 함께 노래하며 하나님의 아들들이 다 기쁘게 소리하였었느니라”(욥 38:7). 이제 예수께서는 구속 사업에서 잠시 쉬셨으며, 비록 이 세상에서 예수님을 사랑했던 자들에게는 슬픔이 있었지만 하늘에는 기쁨이 있었다. 미래에 대한 약속은 하늘 거민들의 눈에 영광스러웠다. 회복된 창조물 즉 구속받은 인류는 죄를 정복했으므로 다시 타락할 수 없을 것이다. 하나님과 천사들은 이것이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사업에서 흘러나오는 결과임을 보았다. 예수께서 쉬신 이 날은 이런 광경들과 영원히 연결되었다. 그것은 “그의 공덕은 완전하고”, “무릇 하나님의 행하시는 것은 영원히 있을 것이”(신 32:4; 전 3:14)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영원 전부터 거룩한 선지자의 입을 의탁하여 말씀하신 바 만유를 회복하실”(행 3:21) 때가 올 것인데 그 때에도 역시 창조 당시의 안식일 곧 예수께서 요셉의 무덤 속에서 쉬시던 그날이 휴식과 기쁨의 날이 될 것이다. 하늘과 땅은 “매 안식일”(사 66:23) 함께 찬양하고 구원받은 민족들은 하나님과 어린양에게 즐거운 예배를 드릴 것이다.DA 769.2

    십자가에 못 박히시던 날 마지막 사건들 중에서 예언의 성취에 대한 새로운 증거가 주어졌으며, 그리스도의 신성에 대한 새로운 증언이 있었다. 어둠이 십자가에서 걷히고 구주의 임종의 부르짖음이 있은 직후에 “이는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마 27:54)라고 말하는 다른 음성이 들렸다. DA 770.1

    이 말은 작은 소리로 한 것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들은 그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알려고 두리번거렸다. 이런 말을 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 사람은 로마의 군인인 백부장이었다. 구주의 거룩한 인내와 그분의 입술에서 승리의 부르짖음이 흘러나온 즉시 운명하시는 광경이 이 이방인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상처 입고 십자가에 달리신 찢어진 그분의 몸에서 백부장은 하나님의 아들의 모습을 식별할 수 있었다. 그는 자기의 믿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우리 구주께는 자기 영혼의 수고한 것을 보게 되시리라는 증거가 다시 주어졌다. 예수께서 운명하신 바로 그날에 전혀 다른 세 사람이 그들의 믿음을 고백했는데, 한 사람은 로마의 수비대를 지휘하던 사람이었고 다른 사람은 구주의 십자가를 지고 간 사람이었고 또 다른 사람은 주님 곁에서 십자가에 달려 죽은 강도였다. DA 770.2

    저녁이 가까웠을 때에 초자연적인 고요함이 갈바리 언덕에 드리워졌고 군중들은 흩어져갔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아침에 저들이 가졌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께 대한 증오심 때문이 아니라 호기심 때문에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는 장소로 떼를 지어 갔었다. 그들은 여전히 제사장들의 고소를 그대로 믿고 그리스도를 죄인으로 바라보았다. 이상한 흥분에 휘말려 그들은 폭도들과 한패가 되어 그리스도를 욕했다. 그러나 땅이 어둠에 싸이자 그들은 양심의 가책을 받으며 서 있었고 큰 죄를 범하였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DA 770.3

    무서운 어둠 속에서는 희롱의 말이나 조소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어둠이 걷히자 그들은 입을 꼭 다문 채 말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제사장들의 고소는 거짓이었고 예수님은 사기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로부터 몇 주일 후 오순절 날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그리스도께로 개종한 수천 명 가운데 그들이 섞여 있었다. DA 770.4

    그러나 유대인의 지도자들은 저희가 목격한 사건으로 변화되지 않았다. 예수님에 대한 그들의 증오심은 감소되지 않았다. 아직까지 제사장들과 관원들의 마음을 덮고 있는 어둠은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에 땅을 덮었던 어둠보다 훨씬 더 짙었다. 그리스도께서 탄생하셨을 때에는 별이 그분을 알아차리고 박사들을 그리스도께서 누워 계시는 구유로 인도했었다. 하늘의 천사들은 그분을 알아보고 베들레헴 평야를 뒤덮은 그분에 대한 찬양의 노래를 불렀다. 바닷물이 그분의 음성을 알아듣고 그분의 명령에 순종하였다. 질병과 죽음이 그분의 권능을 깨닫고 그들의 노획물을 그분에게 놓아주었다. 태양이 그분을 알아보고 그분이 고민 중에 죽어 가시는 광경을 차마 볼 수 없어서 그의 빛나는 얼굴을 가렸다. 바위들이 그분을 알아차리고 그분이 부르짖으실 때에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무생물계가 그리스도를 알고 그분의 신성을 증거하였다. 그러나 제사장들과 이스라엘의 관원들은 하나님의 아들을 알지 못했다.DA 770.5

    그러나 제사장들과 관원들은 편안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죽이려는 그들의 목적을 달성했으나 저희가 기대했던 승리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들의 승리가 분명해진 시간에도 그들은 다음에 또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으로 괴로움을 당했다. “다 이루었다”,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요 19:30; 눅 23:46)라는 부르짖음을 그들은 들었다. 그들은 바위들이 터지는 것을 보았고 큰 지진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으므로 불안해 견딜 수 없었다. DA 771.1

    그들은 그리스도께서 살아 계실 때 백성들에게 끼치던 감화를 질투했었는데, 이제 그분이 죽으셨는데도 그리스도를 질투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리스도께서 살아 계실 때보다도 죽으신 지금에 그분을 훨씬 더 두려워했다. 그들은 백성들의 마음이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실 때에 일어났던 사건에 더욱더 쏠리지나 않을까 하여 몹시 두려워하였다. 그들은 그날의 사건의 결과를 두려워하였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안식일 동안에 그분의 시체를 십자가 위에 남겨 두기를 원치 않았다. 안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시체들을 십자가 위에 매달아 두는 것은 안식일의 신성성을 범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이것을 구실삼아 지도층의 유대인들은 죄수들의 죽음을 재촉하여 해가 지기 전에 그들의 시체를 치우도록 빌라도에게 요청하였다. DA 771.2

    빌라도도 그들처럼 예수님의 시체를 십자가 위에 매달아 두기를 원치 않았다. 빌라도의 동의를 얻어 죄수들이 빨리 죽도록 하기 위하여 두 강도의 다리를 꺾었으나 예수께서는 이미 운명하신 것으로 밝혀졌다. 난폭한 군병들도 저희가 예수님에 대하여 듣고 본 것 때문에 마음이 부드러워져서 예수님의 수족을 꺾지 않았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어린양을 제물로 바치는 일에 있어서 유월절의 규례가 성취되었다. “아침까지 그것을 조금도 남겨두지 말며 그 뼈를 하나도 꺾지 말아서 유월절 모든 율례대로 지킬 것이니라”(민 9:12). DA 771.3

    제사장들과 관원들은 그리스도께서 운명하신 것을 보고 놀랐다. 십자가에 의한 죽음은 서서히 진행되므로 언제 생명이 끊어졌는지를 판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사람이 여섯 시간이 채 못 되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일이 없었다. 제사장들은 예수님의 죽음을 확인하기로 했다. 제사장들의 요청으로 한 군사가 창으로 구주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렇게 하여 생긴 상처에서 현저하게 구별되는 두 액체가 많이 흘러 나왔는데 하나는 피요 다른 하나는 물이었다. 모든 관중들은 그것을 바라보았다. 요한은 그 사건을 매우 분명하게 진술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 중 한 군병이 창으로 옆구리를 찌르니 곧 피와 물이 나오더라 이를 본 자가 증거하였으니 그 증거가 참이라 저가 자기의 말하는 것이 참인 줄 알고 너희로 믿게 하려 함이니라 이 일이 이룬 것은 그 뼈가 하나도 꺾이우지 아니하리라 한 성경을 응하게 하려 함이라 또 다른 성경에 저희가 그 찌른 자를 보리라 하였느니라”(요 19:34~37).DA 771.4

    부활 후에 제사장들과 관원들은 그리스도가 십자가 위에서 죽지 않고 기절하였다가 그 후에 소생하셨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무덤 속에 안치된 것은 살과 뼈가 있는 진짜 시체가 아니라 시체와 비슷하게 생긴 것이었다는 다른 소문도 떠돌았다. 로마 군병들이 한 일이 이러한 거짓 소문을 논박한다. 그들은 예수께서 이미 죽으셨기 때문에 그분의 다리를 꺾지 않았다. 제사장들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그들은 예수님의 옆구리를 찔렀다. 만일 생명이 이미 끊어져 있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상처가 즉각적인 죽음을 가져왔을 것이다. DA 772.1

    그러나 예수님을 죽게 한 것은 창에 찔렸기 때문도 아니고 십자가의 고통도 아니었다. 죽음의 순간에 “큰 소리로”(마 27:50; 눅 23:46) 부르짖으신 것과 그분의 옆구리에서 피와 물이 흘러나온 것은 그분이 심장 파열로 죽으셨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분의 심장은 정신적 고뇌에 의하여 파열되었다. 그분은 세상 죄를 인하여 죽임을 당하셨다. DA 772.2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제자들의 희망은 사라졌다. 그들은 그분의 감겨진 눈꺼풀과 수그러진 머리와 피가 엉겨있는 머리카락과 찢어진 수족을 보았다. 그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마지막까지 그들은 예수께서 죽으시리라는 사실을 믿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분이 참으로 죽으셨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슬픔에 억눌려서 그들은 바로 이 장면에 대하여 예언하신 그분의 말씀을 회상할 수 없었다. 그분이 하신 말씀 중에 어떤 말도 지금 그들에게 위안이 되지 못했다. 그들은 다만 십자가와 그 위에서 피 흘리는 희생 제물을 볼 뿐이었다. 장래는 절망으로 암담하게 보였다. 예수님에 대한 그들의 믿음은 사라졌으나 저희가 지금처럼 주님을 사랑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저희가 그처럼 그분의 가치를 이해하고 그분의 임재하심의 필요를 느낀 때는 일찍이 없었다. DA 772.3

    비록 죽으셨을지라도 그리스도의 몸은 제자들에게 매우 귀중한 것이었다. 제자들은 그분을 영광스럽게 장례하고 싶었으나 어떻게 그 일을 할 수 있을지 알지 못했다. 예수께서 선고받으신 죄목은 로마 정부에 대한 반역이었는데, 그러한 죄로 사형을 받은 사람의 시체는 그런 부류의 죄수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장지에 매장되었다. 갈릴리에서 온 여인들과 함께 제자 요한은 십자가 곁에 머물러 있었다. 그들은 무정한 군병들의 손에 의하여 저희 주님의 시체가 불명예스러운 무덤에 매장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들은 유대 고관들의 배려를 얻어낼 수도 없었고 빌라도를 움직일 힘도 없었다.DA 772.4

    이런 위급한 때에 아리마대 사람 요셉과 니고데모가 제자들을 돕기 위하여 왔다. 이 두 사람은 모두 산헤드린 회원이었고 빌라도와 잘 아는 사이였다. 두 사람 다 재산과 세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예수님의 시체를 영광스럽게 장사지내기로 결심하였다. DA 773.1

    요셉은 담대히 빌라도에게 나아가 예수님의 시체를 달라고 간청하였다. 빌라도는 그 때 처음으로 예수께서 참으로 죽으셨다는 사실을 알았다. 십자가에 못 박은 사건에 관련된 엇갈린 보고가 그에게 들어왔으나 그리스도의 죽음에 대한 사실은 짐짓 그에게 숨겨왔다. 빌라도는 그리스도의 몸에 대하여 그분의 제자들에게 기만당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제사장들과 관원들의 주의를 받고 있었다. 그러므로 빌라도는 요셉의 요구를 듣고는 십자가를 지키던 백부장을 불러 예수님이 확실히 죽었는지 알아보았다. 빌라도는 또 갈바리의 장면에 대한 보고를 그로부터 듣고 요셉의 증언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DA 773.2

    요셉의 요구는 허락되었다. 요한이 주님의 장례에 대하여 고심하고 있을 때 요셉은 그리스도의 시체에 대한 빌라도의 명령을 가지고 돌아왔고 니고데모는 예수님의 몸에 바를 값진 몰약과 침향이 섞인 향유를 백근 쯤 가지고 왔다. 온 예루살렘에서 가장 큰 영광을 누리던 자라 할지라도 죽어서 이보다 더 큰 존경을 받을 수는 없었다. 제자들은 이 부자 관원들이 저희 주님을 장사 지내는 일에 자기들보다 더 큰 관심을 나타내는 것을 보고 몹시 놀랐다. DA 773.3

    요셉과 니고데모 어느 한 사람도 구주께서 살아 계실 때에는 그분을 공공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다면 그들은 산헤드린 의회에서 축출당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산헤드린 의회에서 그들의 영향력을 행사해서 예수님을 보호하게 되기를 바랐다. 한동안 그들은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저희가 그리스도께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안 교활한 제사장들은 그들의 계획을 꺾어 버렸다. 그들이 없을 때에 예수님은 선고를 받고 십자가에 못 박히게 되셨다. 이제 예수님이 돌아가셨으므로 그분에 대한 그들의 애착심을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었다. 제자들 자신도 예수님의 추종자라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기를 두려워하고 있을 때에 요셉과 니고데모는 그들을 돕기 위하여 담대히 나아왔다. 이때야말로 부자요 존경받는 이들의 도움이 크게 필요되는 때였다. 돌아가신 주님을 위하여 가난한 제자들이 할 수 없는 일을 그들은 할 수 있었으며 그들의 부와 세력이 제사장들과 관원들의 적의로부터 제자들을 잘 보호해 주었다.DA 773.4

    예모 있고 공손한 태도로 그들은 손수 예수님의 시체를 십자가에서 내렸다. 그들은 그분의 상하고 찢어진 모습을 보고 동정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요셉은 바위를 잘라 만든 새 무덤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자신을 위하여 파두었던 것인데 갈바리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이제 그는 이 무덤을 예수님을 모시기 위하여 준비했다. 니고데모가 가져온 향료를 뿌리고 그분의 시체를 세마포로 조심스럽게 쌌다. 구주께서는 무덤으로 옮겨지셨다. 그 곳에서 세 제자들은 만신창이 된 수족을 싸매고 상한 손을 접어서 맥박 없는 가슴 위에 올려놓았다. 갈릴리에서 온 여인들은 생명이 없는 저희의 사랑하는 선생님을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일이 마쳐진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무덤 입구에 무거운 돌을 굴려다 막아 놓은 것을 보았다. 그렇게 하여 구주께서는 편히 쉬시게 되었다. 이 여인들은 십자가에서 마지막으로 떠난 사람들인 동시에 그리스도의 무덤에서 마지막으로 떠난 사람들이었다. 저녁 그림자가 짙게 깔릴 무렵에 막달라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들은 주님의 쉬시는 처소 주위에 머물러서 그들이 사랑했던 그분의 운명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들은 “돌아가…계명을 좇아 안식일에 쉬었다”(눅 23:56). DA 774.1

    그 안식일은 슬퍼하는 제자들에게 뿐만 아니라 제사장들과 관원들과 서기관들과 백성들에게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안식일이었다. 예비일 저녁 해질 때에 안식일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월절이 가리켰던 그분이 악인들의 손에 죽임을 당하여 요셉의 무덤에 누워 계시는 한편, 수 세기 동안 지켜오던 유월절은 예전과 다름없이 그대로 지켜졌다. 안식일에 성전 마당은 예배자들로 가득 찼다. 골고다에서 온 대제사장은 제사장복으로 훌륭하게 단장하고 그 곳에 있었다. 흰 두건을 쓴 제사장들은 분주하게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거기 참석한 이들 중 어떤 이들은 수소와 염소의 피가 속죄 제물로 드려졌을 때 몹시 불안했다. 그들은 모형(模型)이 원형(原形)을 만나고 세상 죄를 위하여 무한한 희생 제물이 드려진 것을 알지 못했다. 그들은 제사 의식을 수행하는 것이 더 이상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 의식을 그처럼 상반된 감정으로 주목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나팔과 다른 악기와 노래하는 자들의 음성은 전과 같이 높고 맑았다. 그러나 이상한 감정이 어느 것에나 가득했다. 사람들은 서로 전날 일어났던 이상한 사건에 대하여 물었다. 지금까지 지성소는 아무도 침입하지 못하도록 신성하게 수호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 그것은 모든 사람의 눈앞에 공개되었다. 순수한 세마포(細麻布)로 만들어졌고 금빛, 자줏빛, 진홍빛으로 아름답게 짜인 무거운 휘장이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찢어졌다. 여호와께서 당신의 영광을 전하기 위하여 대제사장과 만나시던 장소 곧 하나님의 거룩한 알현실(謁見室)이었던 곳이 모든 사람의 눈에 공개되어 더 이상 주님께서 인정하시는 장소가 되지 못했다. 불길한 예감을 가지고 제사장들은 제단 앞에서 봉사하고 있었다. 지성소의 거룩한 신비가 드러난 사실이 다가올 재난에 대한 공포로 저들의 마음을 가득 채웠다.DA 774.2

    많은 사람들의 마음은 갈바리의 장면으로 발단된 온갖 생각으로 여념이 없었다. 십자가의 죽음에서 부활까지의 예언을 불철주야로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저희가 그 당시에 지키던 절기의 참뜻을 알기 위해 연구했고 어떤 이들은 예수께서 스스로 주장하시는 그분이 아니라는 증거를 찾기 위하여 연구했다. 또 다른 이들은 슬픈 마음으로 예수님이 정말로 메시야라는 증거를 찾고 있었다. 비록 그들이 서로 같지 않은 견해를 가지고 여러 가지 목적으로 연구했지만 모든 사람은 같은 진리 곧 지난 며칠 동안에 일어난 사건에서 예언이 성취되었고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분이 세상의 구주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때 그 예식에 참여했던 많은 사람들이 다시는 유월절 의식에 참여하지 않았다. 심지어 제사장들 가운데서도 예수님의 참된 신분을 깨달은 자가 많았다. 그들의 예언 연구는 헛되지 않았다. 예수께서 부활하신 후에 그들은 그분을 하나님의 아들로 인정했다. DA 775.1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보았을 때, 니고데모는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든 것같이 인자도 들려야 하리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요 3:14, 15)고 그 밤에 감람산에서 하신 그분의 말씀을 회상하였다. 그리스도께서 무덤에 누워 계시던 그 안식일에 니고데모는 깊이 생각할 기회를 가졌다. 이제 더욱 밝은 빛이 그의 심령을 비추었다. 그리고 예수께서 그에게 하신 말씀이 이제는 신비스럽지 않았다. 구주께서 살아 계실 때 자기 자신이 그분과 밀접한 관계를 맺지 않음으로 큰 손실을 당했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 그는 갈바리의 사건을 회상하였다. 자신을 살해하는 자들을 위한 그리스도의 기도와 죽어 가는 강도의 간청에 대한 그분의 대답이 학식 많은 의원(議員)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었다. 다시 그는 고민 중에 계신 구주를 바라보았고 정복자의 말처럼 “다 이루었다”는 마지막 부르짖음을 들었다. 그는 다시 흔들리는 땅과 어두워진 하늘과 찢어진 휘장과 터진 바위들을 바라보았다. 그리하여 그의 믿음은 영원히 굳게 확립되었다. 제자들의 희망을 무너뜨린 바로 그 사건이 요셉과 니고데모에게는 예수님의 신성을 확신시켜 주었다. 그들의 공포심은 확고부동한 신앙의 용기로써 극복되었다.DA 775.2

    그리스도께서 무덤 속에 누워 계신 그 때처럼 군중들의 주목을 끈 일은 일찍이 없었다. 백성들은 늘 하던 대로 병자와 고통하는 자들을 성전 마당으로 데리고 와서 누가 우리에게 나사렛 예수님이 있는 곳을 가르쳐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많은 사람들이 병자를 고치고 죽은 자를 살리신 분을 만나려고 먼 곳으로부터 왔다. 사방에서 우리는 병자를 고치시는 그리스도를 원하노라고 부르짖었다. 이 때에 문둥병의 증세(症勢)가 보인다고 생각되는 자들은 제사장들의 검사를 받았다. 많은 사람들은 저희 남편이나 아내나 자녀들이 문둥병의 선고를 받고 안락한 가정과 친구들의 돌봄을 떠나 낯선 사람이 가까이 하지 못하도록 “부정하다 부정하다”라고 하는 경고를 슬프게 부르짖어야 하는 운명에 처해지는 소리를 들었다. 몸서리치는 문둥병자를 만져서 고쳐 주셨고 한 번도 거절하지 않으셨던 나사렛 예수님의 정다운 손이 지금은 그분의 가슴 위에 접힌 채 놓여 있었다.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마 8:3)는 위로의 말씀으로 문둥병자의 간청에 응답하셨던 그분의 입술이 지금은 전혀 말이 없었다. 많은 사람들은 대제사장과 관원들에게 동정과 구원을 청했으나 헛수고였다. 분명히 그들은 살아 계신 그리스도를 그들 가운데 다시 모시기로 결심한 것같이 보였다. 그들은 끈질긴 열성으로 그분을 찾았다. 그들은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성전 마당에서 쫓겨났고 문들에는 병자들과 죽어가는 자들을 데리고 와서 들어가기를 요구하는 군중들을 막기 위하여 군병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DA 776.1

    구주께 고침을 받으려고 온 고통하는 자들은 낙망하여 땅에 주저앉았다. 거리는 슬픔으로 가득 찼다. 병자들은 예수님의 치유의 손길이 없었으므로 죽어가고 있었다. 의사들의 진단은 효험이 없었다. 요셉의 무덤 속에 누워 계신 그분과 같은 기술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DA 776.2

    고통당하는 자들의 처절한 부르짖음이 수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한 큰 빛이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다는 확신을 가져다주었다. 그리스도 없는 세계는 어둡고 캄캄하였다. “저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라고 큰 소리로 부르짖던 많은 사람들은 이제 그들에게 임한 재화를 깨닫고 만일 예수께서 지금 살아 계시다면 그분을 우리에게 달라고 열렬히 부르짖고 싶은 심정이었다. DA 776.3

    백성들은 예수께서 제사장들에 의하여 돌아가신 것을 알자 그분의 죽음에 관하여 문의하였다. 예수께서 재판받으신 전말(顚末)이 될 수 있는 대로 비밀에 붙여졌으나 그분이 무덤에 계신 동안에 그분의 이름은 수많은 사람의 입술에 오르내렸고 그분에 대한 부정한 재판의 보고와 제사장들과 관원들의 잔인한 행동에 대한 소문이 사방에 퍼졌다. 이들 제사장들과 관원들은 메시야에 대한 구약 성경의 예언들을 설명하라는 지식인들의 요청을 받고 거짓된 대답을 조작해 내느라고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고통과 죽음을 가리키는 예언들을 설명할 수 없었으며 많은 질문자들은 성경 말씀이 성취되었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다.DA 776.4

    제사장들이 몹시 달콤하리라고 생각했던 복수가 이미 그들에게 쓰디쓴 것이 되었다. 그들은 백성들로부터 심한 비난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그들이 영향을 끼쳤던 예수님을 반대하도록 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 이제 그들 자신이 한 부끄러운 일로 무서워 떨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았다. 이 제사장들은 예수님을 기만자로 믿게 하려고 애썼으나 그것은 헛된 일이었다. 그들 중 어떤 이들은 나사로의 무덤 곁에 서서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그리스도께서 친히 죽음에서 일어나 그들 앞에 다시 나타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두려워 떨었다. 그들은 예수께서 당신의 생명을 버릴 권세도 있고 다시 취할 권세도 있다고 선언하시는 말씀을 들었다.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요 2: 19)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그들은 회상했다. 이미 유다는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마지막 여행을 하실 때에 제자들에게 하신 다음과 같은 말씀을 그들에게 말해 주었다. “보라 우리가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노니 인자가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넘기우매 저희가 죽이기로 결안하고 이방인들에게 넘겨주어 그를 능욕하며 채찍질하며 십자가에 못 박게 하리니 제삼 일에 살아나리라”(마 20:18, 19). 저희가 이 말을 들었을 때 그들은 비웃고 조롱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그리스도께서 예언하신 것이 현재까지 다 성취된 사실을 기억했다. 그분이 삼 일 만에 다시 일어나리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 역시 실현되지 않으리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이런 생각들을 내어 쫓으려고 무던히 애썼으나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저희 아비 마귀처럼 그들도 믿고 떨었다. DA 777.1

    이제 그같은 흥분의 광기는 지나갔고 그리스도의 형상이 저희 마음에 떠올랐다. 그들은 그리스도께서 원수들 앞에서 침착하고 아무 불평도 없이 계시는 것을 보았으며 원수들의 욕설과 비난에 대해서도 한마디의 불평도 없이 참으시는 것을 보았다. 그분의 재판과 십자가에 못 박히신 모든 사건이 그분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확신을 뿌리칠 수 없게 하였다. 그들은 고소를 받은 분이 고소자가 되기 위하여, 정죄받으신 분이 정죄하기 위하여, 죽임을 당하신 분이 당신을 살해한 자들의 죽음을 통해 공의를 요구하기 위하여 언제라도 그들 앞에 나타나실 수 있으리라고 느꼈다. DA 777.2

    그들은 안식일인데도 거의 쉴 수가 없었다. 그들은 더럽혀지는 것이 두려워 이방인의 문지방은 밟고 넘지 않으려 하면서도 그리스도의 시체에 대하여는 회의를 열었다. 죽음과 무덤이 저희가 십자가에 못 박은 그분을 붙잡고 있어야만 했다.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이 함께 빌라도에게 모여 가로되 주여 저 유혹하던 자가 살았을 때에 말하되 내가 사흘 후에 다시 살아나리라 한 것을 우리가 기억하노니 그러므로 분부하여 그 무덤을 사흘까지 굳게 지키게 하소서 그의 제자들이 와서 시체를 도적질하여 가고 백성에게 말하되 그가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났다 하면 후의 유혹이 전보다 더 될까 하나이다 하니 빌라도가 가로되 너희에게 파수꾼이 있으니 가서 힘대로 굳게 하라”(마 27:62~65)고 하였다.DA 777.3

    제사장들은 무덤을 굳게 지키라는 명령을 내려 큰 돌로 문어귀를 막아 놓았다. 그들은 이 돌을 줄로 얽어서 그 양 끝을 단단한 바위에 굳게 맨 다음 그 곳에 로마의 인을 쳤다. 그 봉인을 깨뜨리지 않고는 돌을 움직일 수 없었다. 백 명의 군사로 이루어진 파수꾼들이 무덤 주위에 배치되어 아무도 무덤에 가까이 하지 못하도록 지켰다. 제사장들은 그리스도의 시체가 놓여진 곳을 지키기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다. 예수께서 무덤에 영원히 남아 있어야 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단단히 인이 쳐졌다. DA 778.1

    그처럼 연약한 인간이 의논하고 계획을 세웠다. 이 살인자들은 저희의 노력이 헛됨을 거의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이러한 행동으로 영광을 받으셨다. 그리스도의 부활을 막으려고 한 그같은 노력이 그분의 부활을 증거하는 가장 확실한 논증이 되었다. 무덤 주위에 배치된 군사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분이 부활하신 증거는 더욱 확실해질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죽으시기 수백 년 전에 성령께서는 시인을 통하여 다음과 같이 선언하셨다. “어찌하여 열방이 분노하며 민족들이 허사를 경영하는고 세상의 군왕들이 나서며 관원들이 서로 꾀하여 여호와와 그 기름받은 자를 대적하며…하늘에 계신 자가 웃으심이여 주께서 저희를 비웃으시리로다”(시 2:1~4). 로마인의 파수꾼들과 그들의 무기는 생명의 주님을 무덤 속에 가두어 두기에는 무력하였다. 예수께서 놓임을 받으실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DA 7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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